추석이 가까워 오니 아버지 산소에 벌초를 했습니다. 작년에 벌초하다가 모기의 무차별 공격으로 팔이 퉁퉁 부었었는데, 이번에는 대비를 잘한 덕인지, 아니면 금년에는 너무 뜨거워서 모기가 제대로 활동을 못한 탓인지 모기 피해는 없었습니다. 수년 전 찱 잡는 농약 '근사미'를 써서 어느 정도 잡혔던 칡이 금년에 다시 산소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을 보니 한번 더 써야 할 듯 합니다.
딸아이가 왔을 때 산에 잣송이가 더러 떨어져 있는 것이 보이길래 마대자루를 들고 들어가서 제법 주어왔습니다. 잣송이에 송진이 끈끈해서 며칠 말린 후에 잣을 털려고 오두막 앞에 데크에 널어 놓았는데, 이틀 후에 가보니 뭔 산짐승이 와서 완전 대환장파티를 하고 갔네요. 그녀석들 입장에서는 로또 맞은 기분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녀석들이 먹다가 흘린 잣알을 주어다가 깠는데, 알짜는 귀신같이 다 까먹었는지 90% 이상이 쭉쟁이더군요. 불과 10개 남짓 건졌습니다만, 진한 햇잣의 향기를 마누라와 아이들에게 맛보게 해 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포장도로에서 산으로 진입하는 길이 다른 곳보다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보니 비가 조금만 와도 흙이 쓸려내려가고 바닥에 바위가 드러나서 4륜 구동 트럭도 바퀴가 미끄러져서 올라가지를 못합니다. 차가 못들어가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구간 50m 정도만 포장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구간은 제 땅이 아니라서 동네 형님께 부탁드려서 산주의 허락을 받아 포장을 했습니다.
산길 포장 일을 부탁드린 분이 근처 동네 분인데, 함께 일하는 분들도 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형님들이어서 일이 엄청 느립니다. 대신에 친절하고, 경험도 많아서 일을 빈틈없이 꼼꼼하게 해 주십니다. 직영공사 형태로 진행하다보니 돈은 좀 들었지만 제 생전에 이 포장도로가 문제를 일으킬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습니다. 폭 3m 길이 42m의 신작로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제 농막 건축에 집중해야 할 때인데, 추석 전에 상세설계를 진행하다가 샤워실 높이와 현관문이 너무 낮아서 천장을 약간 높이기로 설계변경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자크르협동조합의 조합원이고 설계분과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로 하고, 상세설계 작업을 제가 직접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첫 경험이다 보니 농막 건축 일정이 자꾸 늦어지네요.